영화 '고고70', 유신독재시대 젊음의 탈출구 고고씽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0

EBS 한국영화특선 '고고70' 30일 (일) 밤 10시 55분

영화 '고고70'.

영화 '고고70'은 최호 감독의 2008년 작품이다.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 이성민 등이 출연했다.

# '고고70' 줄거리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 어울리지도 않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내키지 않는 컨츄리 음악을 연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규(조승우)는 오랜만에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큼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마주하게 된다. 

그 기타의 주인공은 일명 까만 음악, ‘소울’ 음악에 꽂혀있는 기지촌 토박이 만식(차승우).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6인조 밴드 ‘데블스’를 결성 한다. 

상규의 울듯이 쏟아내는 소울 크라잉 창법과 만식이 연주하는 징글징글한 비트의 기타 사운드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열정 넘치는 스탭으로 기지촌 무대를 누비는 ‘데블스’. 

더 큰 무대를 꿈꾸던 상규는 입영통지서를 뒤로하고 ‘데블스’와, 자신을 동경하는 가수 지망생 미미(신민아)를 이끌고 무작정 상경한다. 

서울에서의 첫 무대는 ‘플레이보이컵배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데블스’는 그들만의 특별한 무대매너로 당시 음악계를 주름잡던 팝 칼럼니스트 이병욱(이성민)의 눈에 띄게 된다.

상경한 지 한 달째, 시민회관 화재사건과 퇴폐풍조 강력 단속으로 그들이 설 무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수상 상품으로 받은 밀가루 한 포대로 서울 생활을 버티던 ‘데블스’는, 통행금지를 피해 대한민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를 오픈한 이병욱에 의해 전격 스카우트되어 드디어 무대에 서게 된다. 

머지않아 ‘데블스’는 에너지 넘치는 소울과 개성있는 퍼포먼스로 ‘대한민국 최초의 소울 밴드’라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미미 역시 ‘미미와 와일드걸즈’를 결성, 고고댄스와 고고패션으로 유행을 선도하며 트랜드 리더로서 금지된 밤 문화의 중심에 선다. 

통행금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젊은이들로 고고클럽은 매일 밤 뜨겁게 달구어지는데... 그러나 어김없이 사이렌이 울리는 대한민국의 자정, 그들의 뜨거운 쇼는 계속될 수 있을까?

# '고고70' 해설

야간 통행금지, 미니스커트,장발단속. 많은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70년대는 할 수 있는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더 많은, 숨막힐 듯한 군사정권의 시대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때에도 분명, 피 끓는 청춘들이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고고70>은 가장 어두웠던 그 시대를 산 젊음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하고 싶은 욕구를 통행금지와 장발단속, 각종 문화적 억압으로 금지 당했을 그들. 그들에게도 시대와 이념, 이 모든 것을 잊고 자신들을 미치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이 바로 ‘고고’이다. 야간 통행금지의 밤을 가로지르며, 고고클럽이라 불리는 공간에서 요란한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젊은이들에게 ‘고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고고댄스를 출 수 있는지의 여부가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가르는 지표가 되었을 정도로 ‘고고’는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를 모조리 바꾸어 놓은 것이다. 

<고고70>에서 펼쳐지는 ‘데블스’가 밤을 점령하고 ‘미미’가 유행을 만들어내고 고고족이 밤을 즐기는 모습은 시대와 그 시대에 충격을 전해 준 새로운 문화와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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