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욱'과 '개'가 나라를 구했다

고영태 "정유라 강아지 때문에 욕먹고 욱하는 마음에 언론에 제보했다"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2
   
 

[스타에이지] 강아지가 대한민국을 구했다?

거덜 날 뻔 했던 나라를 그나마 이 정도에서 다시 수습할 수 있게 된 것은 정유라의 강아지 덕분이라는 우습고 슬픈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한 때 최순실의 부하이자 절친이던 고영태의 진술 때문이다.

고영태는 7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조사특위에서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경위를 설명했다.

고영태는 지난해 초 TV조선 이모 기자에게 최순실과 차은택 관련 자료를 제보했다고 한다.

주저하던 TV조선측은 이를 1년6개월만인 지난 7월 비로소 보도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대기업 강제 모금을 통해 설립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TV조선 보도 내용 중에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한 각 언론사들의 취재경쟁이 시작됐고, 9월 중순 한겨레가 미르-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10월 하순 JTBC가 이른바 최순실PC파일을 폭로했다.'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제 최순실은 감옥으로 갔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과 하야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경련이 사실상 해체되고, 삼성은 미래전략실도 없애기로 했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허리케인 급 변혁을 몰고온 최순실 게이트. 
만약 최순실의 실체가 아직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을 것이다.

최순실의 실체와 비행이 지금이라도 드러난 것이 어찌보면 천만다행인 셈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청문회에서 고영태를 가르켜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고영태가 제보 서류를 싸들고 TV조선을 찾은 계기는 무얼까?

고영태는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가방 때문에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고영태는 당시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가방 신상품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고영태는 최순실의 주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전용 가방 30~40개와 옷 100여 벌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는 돈독했다. 최순실(60)은 고영태(40)와 나이차이가 20년이나 나는데도 서로 반말 비슷하게 대화를 했다는 말도 있다.

이날 청문회에 같이 참석한 차은택도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항간에 돌던 고영태와 최순실의 '남녀관계'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고영태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아무튼 최소한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2년이상 확실한 우군이자 '빽'이었던 최순실을 고영태는 어느 순간 버렸다.

최순실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고영태와 차은택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태의 입에서 나온 두 사람의 결별 이유는 곧이 곧대로 믿기는 꺼림찍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신뢰도가 높은 진술이다.

2014년 말 어느 날 최순실은 고영태의 집을 찾아간다. 몇일 전에 맡긴 강아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 강아지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것이었다. 

하지만 고영태는 집에 없었다. 그는 그 시간 골프장에 있었다. 아마 최순실은 그 집 열쇠까지는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강아지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 최순실은 격분했다. 

정유라를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성애 강한 최순실이 가만 있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 일로 최순실과 고영태는 한판 세게 붙었고, 결국 이 일을 계기로 고영태는 '욱'하는 마음에 TV조선을 찾아가게 됐다고 했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평소에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고 막말하고 종 부리듯 했다"고 했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정유라 강아지 건으로 폭발한 셈이다.

고영태는 2015년 초 TV 조선에 대통령 순방일정과 차은택의 기업 자료, CCTV 자료 등 여러가지를 가져 갔다고 했다.

"대통령을 좌지우지했던 최순실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고영태는"그때는 내가 운동을 했다. 욱 하는게 있어서 그런 생각이 없었다. 후회도 안 했다"고 말했다. 

항간에 돌던 소문, 즉 자신이 소개해준 차은택을 최순실이 더 총애하면서 최순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막판에는 최순실이 고영태의 집에 처들어가 자기가 준 물건과 돈까지 죄다 가져와 버린 것으로 보인다. 

차은택은 "최순실이 고영태의 집에 찾아갔다고 들었다.집에서 물건과 돈을 갖고 왔고 그 돈이 본인의 돈이라고 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청문회에서 말했다.

사진=고영태, 포커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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