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아그라, 납득할 수 없는 3가지 이유

김현주 기자 승인 의견 3
   

청와대가 지난해 말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대량 구매한 이유를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23일 해명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비아그라 구입 시점과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시점이 너무 차이가 나고, 고산병 때문이라면 전문 치료약이 이미 있는데 하필 일종의 대체 약품인 발기부전제로 이를 대체하려고 했느냐는 점  때문이다. 

순방지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고도가 평균적으로 높긴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이 간 곳은 이들 국가의 수도들로 높아봐야 한라산 수준이란 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요소다. 한라산 백록담 올라가면서 고산병 약 먹는 사람도 있느냐는 것이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의약품 구입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를 60정(37만5000원) 구매했고, 같은달 비아그라의 복제약인 한미약품 팔팔정 50밀리그램을 304개(45만6000원)를 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아프리카 순방시 수행 직원들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고산병 치료제이기도 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25일부터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했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이라 일정이 미리 잡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이 순방에 대비해 5~6개월 전에 미리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비아그라 등을 사뒀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구입한 양이 총 364개나 되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아프리카 순방 시 수행 직원이 얼마나 됐길래 이렇게 많은 발기부전제가 필요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고산병에는 이미 전문적인 치료제가 개발돼 있고 등산인들은 실제로 이를 처방해 쓰고 있다.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의약품을 구입했다면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전문의약품을 쓰면 될 일을 청와대는 왜 굳이 이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대체하려고 했느냐는 의구심이 들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고산에 오르는 등산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고산제 치료약은 '다이아목스'(diamox)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아세타졸아마이드(acetazolamide)이다. 

이 약은 혈액 내에 중탄산염을 감소시킴으로써 혈액의 산도가 높아져 호흡성알칼리증을 교정하기 때문에 호흡이 촉진되고 더 많은 산소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아프리카 3개국의 고도도 고산병을 치료할 정도로 고산지대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5월 순방지 가운데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은 에디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해발 2355m다. 캐냐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795m이고, 우간다 수도 캄팔라는 1150m다. 

아디스아바바를 제외하면 두 곳 모두 한라산(1950m) 보다 낮은 셈이다.

아디스아바바도 상대적으로 고지대이긴 하지만 백두산(2744m) 보다도 낮다.

한라산 백록담이나 백두산 천지를 오르면서 고산병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 산악인들의 전언이다. 

대통령 수행직원들이 대부분 신체 건강한 성인들일텐데 이들이 백두산 높이에도 이르지 않는 곳에 가면서 고산병을 걱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탓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청와대 비아그라 게이트'라는 표현과 함께  예산 낭비 또는 사적 횡령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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