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故노무현, 7년 전 시작된 끈질긴 '악연'

노 전 대통령 '칼잡이' 우 전 수석, 피의자 신분으로 노 전 대통령 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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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노무현 대통령(왼쪽)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사진=포커스뉴스>

[스타에이지=정성구 기자] '황제 수사' 논란의 중심에 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故노무현 대통령 간에 7년간 이어온 끈질긴 악연이 재조명 되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15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7일 새벽 집으로 귀가했다. 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칼잡이'로 불리며 일약 유명세를 탄 우 전 수석이 이제 본인이 피의자가 되어 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09년 1월 대검 중수부중앙수사1과장 재임 시절 당시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인물로 유명하다.

수사 당시 우 전 수석은 미리 준비한 200여 개의 질문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심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문 전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선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뇌물수수 혐의자로 앉아있는 거다"라고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고록을 통해 "중수1과장(우병우)이 조사를 시작했다. 대통령은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꼬박꼬박 답변을 했다. 대통령의 절제력이 놀라웠다"고 회상하며 "(우병우 검사는) 수사 당시 대반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고 밝혔다.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이다. 당시 태광실업 회장이었던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100만달러, 아들 건호씨에게 500만달러, 딸 정연씨에게 40만달러를 건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받은지 20여 일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은 피의자(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더 이상 수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를 종결했다. 당시 여론은 검찰의 '표적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내몰았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우 전 수석은 가족 회사 공금 유용, 허위 재산신고 등 각종 비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의 핵심은 우 전 수석과 부인인 이씨가 주주로 있는 가족회사 '정강'의 접대비와 통신비, 렌트비 등 회사 비용 86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고급 외제차를 회사 명의로 리스해 개인적인 용도로 몰고 다닌 혐의다.  

가족이 연루됐다면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맥락을 같이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을 때처럼 우 수석 본인도 동일하게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우 전 수석)이 전직 대통령에게 그렇게 매몰차게 수사를 했으면 본인도 동일한 기준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고, 민정 수석이라는 자리를 물러나 일반 피의자 입장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30살이던 1975년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고졸출신이 이뤄낸 대표적 롤모델로 인식됐다.  

반면 우 전 수석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87년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20살에 20회 사법시험에 최연소합격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후에는 요직인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과 수사기획관으로 발탁됐다.

2013년 검찰을 떠났지만,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5월에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기용돼 권력 핵심부로 진입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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