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영(映)터리] ‘곡성’이 잡고 ‘비밀은 없다’가 놓친 것

올해 상반기 흥행작 그리고 실패작 분석

김재범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김재범 기자] 올 상반기 개봉한 영화들의 성적표를 보면 ‘예상 가능했던’ 혹은 ‘예상 밖의’ 결과물들이 많다. 각 투자 배급사들의 텐트폴(확실한 흥행을 보장한) 영화들은 예상대로 ‘대박’을 이뤄냈다. 반면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영화들이 기록적인 흥행을 이뤄내며 ‘기적’을 만들어 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확실한 개념이 서 있는 흥행 공식이지만 때론 모든 이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도 흥행의 의외성이다. 그래서 흥행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 이게 왜 실패를 했을까

올 상반기 개봉한 영화 중 관객 스코어로만 볼 때 다시없을 최고의 타격을 입은 작품은 손예진 김주혁 주연의 ‘비밀은 없다’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일주일이 지난 현재 누적 관객 수 23만명에 불과하다. 개봉일 포함 첫 주말까지 누적 관객 수 20여 만 명을 끌어 모으며 선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25일 월요일 일일 관객 수 1만 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후 29일 전국에서 4000여명을 끌어 모으는데 그쳤다. 상영관수 200여개에 불과한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종영 분위기다.

스릴러 장르를 내세우고 출발한 이 영화의 패착은 생소함이었다. 일반적인 장르 문법을 탈피한 새로운 풀이법은 평론가와 일부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겐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다. 영화 속 엄마와 딸의 스토리 비율이 관객들의 몰입감을 방해했다. 기괴한 느낌의 배경 음악도 한몫했다.

올해 초 개봉한 ‘조선마술사’는 배우 유승호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란 점에서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이다. 사극 대가 김대승 감독의 연출이란 점도 기대감을 키웠다. ‘응사’의 여주인공 고아라의 차기작이란 점, 곽도원 조윤희 이경영 등 출연진 역시 화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62만명을 끌어 모으는 데 그쳤다. 화려한 영상미와 마술이란 소재는 흥미 유발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는 이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실패였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을 능가하는 올해 최악의 실패는 단연코 ‘엽기적인 그녀2’다. 국내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이 된 전작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차태현까지 출연했다. 단 여주인공은 전지현에서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인 빅토리아로 교체됐다.

전작의 전지현이 비구니가 돼 떠났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완벽하게 중국 내수용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또한 2001년 개봉한 전편의 코드 반복조차도 안된 조악한 설정과 화면 구성은 관객들의 고개를 절로 돌리게 만들었다. 한국말이 서툰 여주인공이란 설정도 관객들의 반감을 샀다. 누적 관객 수 7만이란 최악의 성적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다.

■ 예상 밖의 흥행작

지금은 그 분위기가 누그러진 상태지만 올 상반기 최고 흥행을 넘어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킨 작품은 이견이 없는 한 ‘곡성’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이십세기폭스의 투자배급 작품인 ‘곡성’은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한 편이었다. ‘추격자’ ‘황해’란 단 두 편으로 최고 감독이란 찬사를 듣게 된 나홍진 감독의 절치부심이 녹아든 이 작품은 충무로 관계자들과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 후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해할 수 없는 비유와 직접적인 설명이 거의 없는 묘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은 캐릭터의 존재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좀비의 존재와 무속 신앙 그리고 악마의 모습 등도 B급 장르물을 떠올리게 충분했다. 특히 국내 시장 진출한 할리우드 자본은 지금까지 전패한 기록을 갖고 있다. ‘곡성’에 대한 흥행 예측은 ‘흐림’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입소문이 터졌다. 개봉 이후 관객들은 온라인에서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재관람 열풍이 불었다. 7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았다. 나홍진 감독에겐 천재란 극찬이 쏟아졌다. 칸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전 세계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곡성’은 올 상반기 최고 걸작 반열에 올라섰다.

비슷한 분위기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귀향’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귀향’은 초저예산 영화란 핸디캡을 안고 출발했다. 개봉 당시 전국적으로 500여개의 스크린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언론시사회에서도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 속 일부 장면에 등장한 ‘무속 시퀀스’에 반감을 드러냈다. 노출 장면이 편집돼 일부 성인 사이트에 올라가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영화의 진심에 동의했다. 지워지지 않는 계속되는 아픔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입소문이 터졌다. 재관람 열풍이 불었다.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이어졌다. 누적 관객 수 358만명을 기록했다. 500개로 출발한 스크린수도 1000여개까지 확대 개봉됐다. 유명 배우 하나 출연하지 않은 작은 영화의 반란이었다.

이밖에 이준익 감독의 ‘동주’,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등이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둔 화제작이었다.

■ 흥행과 실패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앞서 설명한 영화들을 포함해 올 상반기 개봉한 영화는 총 720편(영진위 통합전산망 30일 기준)에 달한다.

기대이상의 성적과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 모두 이들 영화들이 기대한 그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실패한 영화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영화의 공통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실패한 영화들은 ▲스타 마케팅 의존 ▲부실한 스토리 ▲스타일에 집중한 연출 ▲감독과 배우의 소통 부재 등이다. 올해 저조한 성적을 거둔 한 영화의 주인공은 인터뷰에서 “감독님과 내가 해석한 시나리오의 방향이 너무도 달랐다”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발언까지 내뱉었다. 주연 배우 조차 납득 안 된 스토리가 관객들을 이해시키기란 어려운 법이다.

반면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영화의 공통점은 의외로 간단했다. ▲확실한 주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 ▲스타일과 스토리의 적절한 조율 ▲감독의 확실한 추진력 등이다.

‘곡성’에 출연한 일본의 연기파 거장 배우 쿠니무라 준은 “나홍진 감독은 자신이 믿는 부분에 대해선 타협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배우들이 믿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결코 고집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스타에이지와의 통화에서 “영화 흥행의 절반 이상은 감독의 확실한 작품 세계관이 만들어져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그 안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대중성을 어느 정도로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을 이루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의 흥미성 그리고 영화 전반의 미술적 요소 등이 결합될 때 만들어 진다. 물론 가장 큰 것은 관객들의 취향이고 선택이다”고 전했다.

성공과 실패 모두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란 해석이다. 물론 그 작은 차이는 전적으로 관객의 선택이 만들어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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