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 ‘봉이 김선달’ 그들이 팔아먹은 ‘대동강 프로젝트’ 뒷얘기

유승호-고창석-라미란-시우민-조재현 ‘특급 라인업’
최고 사기꾼 ‘김선달’이 ‘대동강’을 팔게 된 진짜 이유

김재범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김재범 기자] 1980년대 콩트식 개그 프로그램에 꽤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 유명한 대동강 물도 팔아먹은~’이라며 소개되는 그 인물. 구전설화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봉이 김선달’의 모든 것일 뿐이다. 이 작은 조각에 불과한 얘기가 창작의 살과 만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었다. 군 제대 후 한 번의 흥행 실패가 약이 됐을까. 배우 유승호의 절치부심이 스크린에서 춤을 춘다. 충무로 특급 조연 고창석 라미란의 존재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다. 엑소 멤버 시우민의 스크린 데뷔 존재감도 이 정도면 괜찮은 성과다. 무엇보다 악역 조재현의 무게감은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어도 여전하다. 오랜만에 2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의 등장이 반가울 정도다.

영화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유승호)의 실제 얘기는 ‘과연 어디서 출발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집중한 채 인물들의 만남과 과정 그리고 대망의 클라이맥스인 ‘대동강 프로젝트’로 마무리를 한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피폐해진 사회상은 탐관오리의 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평안도 관찰사 성대련(조재현)은 무고한 조선의 양민을 잡아다 청나라로 팔아먹는 악인 중의 악인이다. 조선인을 팔아먹고 그에 대한 대가로 청나라로부터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부여 받는다. 성대련의 악행에 김선달(유승호)과 보원(고창석) 그리고 윤보살(라미란) 견이(시우민)는 청나라로 팔려간 노비 신세가 된다. 하지만 청나라와 명나라의 전쟁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들은 도망 후 조선으로 다시 잠입해 희대의 사기패를 구성하게 된다. 바로 ‘봉이 선생’ 패거리다.

이들은 함경도 함흥에선 ‘봉황 사기사건’, 경상도 경주에선 ‘첨성대 불법 매매’, 전라도 나주에선 ‘혼인 빙자 사기’, 충정도 온양 별궁에선 ‘왕실 금괴 탈취’를 벌이며 전국을 무대로 기상천외한 사기 사건을 벌이고 다닌다. 문자 그래도 과정만 보자면 이들 역시 성대련의 그것과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특히 막내 견이는 패거리의 사기 프로젝트에 가담해 벌어들인 돈으로 청나라에 팔려간 조선 사람들을 구해오는 것이 꿈이란다. 막내의 꿈에 김선달과 보원 그리고 윤보살 모두가 따뜻해지는 가슴을 느낀다.

그리고 이들의 마지막 프로젝트 ‘성대련 소유의 담파고(담배) 탈취’ 계획이 실행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들에게 최고의 시련이 닥친다. 그 시련은 결국 그 유명한 ‘대동강 팔아먹기’ 프로젝트를 꾸미게 되는 단초가 된다.

‘봉이 김선달’은 분명 사극이다. 코미디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럼에도 현대극의 분위기와 요소가 넘실대는 느낌이 강하다. 이유는 당시 신분계급 시대상 속에서 벌어진 ‘갑’과 ‘을’의 문제 그리고 물질 만능 주의가 만들어 내는 권력의 이면이 익숙한 터치와 화법으로 그려졌다. “법이 금한다면 법을 바꾸면 되지요. 내겐 그럴 힘이 있습니다”란 조재현의 극중 대사는 최근 우리 사회의 그것과 묘하게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대동강 프로젝트’ 이젠까지 등장하는 4번의 사기사건 비주얼도 현대 사회의 모습을 풍자하는 듯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치밀함을 내세우지만 오히려 그 안에 숨겨진 너무도 허술한 실체에 접근하는 ‘봉이 김선달’ 패거리의 활극은 충분한 쾌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도 남는다.

쾌감의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은 배우들의 극중 변장쇼다. 사기패란 설정답게 유승호와 고창석의 황당한 분장 퍼레이드는 시각적 즐거움의 평균치 이상은 충분히 보장한다. 여기에 라미란 특유의 탄력적인 웃음 조율, 그리고 시우민이 선보인 예상 밖의 여유가 보는 재미의 포인트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은 마지막 ‘대동강 프로젝트’다. 치밀하게 구성된 사건의 하이라이트다. 거대한 규모의 세트는 실사와 CG가 아우러져 규모의 비주얼을 자랑한다.

충무로에는 여러 징크스가 존재한다. 나쁜 징크스도 있지만 좋은 징크스도 존재한다. 그 가운데 ‘봉이 김선달’은 후자 쪽에 더 가깝다. ‘여름 성수기에 물이 나오는 영화는 흥한다’란 속설 말이다.

‘물의 양’으로만 보자면 ‘봉이 김선달’은 올 여름 흥행 시장 선봉장으로서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개봉은 다음 달 6일.

P.S 1. 혹시 김선달이 이름? 본명이 따로 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한다.

2. 김선달의 ‘선달’은 과연 무슨 뜻일까? 그것도 영화 속에 등장한다.

3. 김선달이 성대련에게 팔려고 한 대동강의 가격은?

저작권자 ⓒ 스타에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