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화제작 속 1인 2역 충격의 ‘투페이스’ 누가 있나?

‘1인 2역’ 선과 악 넘나드는 파격적 연기

김재범 기자 승인 의견 0

[스타에이지=김재범 기자] 1인 2역의 매력은 사실 설명하기 불가능한 지점이다. 배우들에겐 ‘도전’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한 작품 속 한 개의 뼈대를 이루는 감정을 두 개로 나눠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뜻한다. 자칫 잘못할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는 위험 요소가 크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작품 전체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연기력 상승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관객들에겐 신선함이 첫 번째, 신기함이 두 번째, 스토리 전체의 흥미 유발이 세 번째다. 물론 이 모든 요소를 전부 무시하고서라도 배우의 1인 2역은 ‘신기하고 또 신기한’ 비주얼 충격이다. 그 충격의 ‘투페이스 월드’로 들어가 보자.

◆ ‘도가니’ 장광, 소름끼치는 악인

여러 배우들의 1인 2역이 있어 왔다. 하지만 ‘투페이스 월드’ 속 최고봉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도가니’ 속 장광의 연기를 꼽고 싶다. 이 영화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급기야 국회에서 이른바 ‘도가니법’이 통과될 정도 울림이 컸던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끔찍하고 또 끔찍했던 실화의 힘이 있었겠지만 극중 장광이 그려낸 공포감이 큰 몫을 차지했단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장애 아동 성폭행이란 존재해선 안될 현실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장광은 ‘교장’과 ‘행정실장’ 1인 2역을 연기했다. 극중 설정은 쌍둥이 형제다. 두 인물은 표면적인 성격에서 극단의 차이점을 보인다. 형인 교장이 새벽녘 ‘잔잔한 호수’의 그것이라면 동생인 ‘행정실장’은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빠른 물살과도 같은 성격이었다.

반면 두 캐릭터의 공통점이라면 괴물 같은 내면과 함께 표독스러운 탐욕과 이상 성욕, 그리고 징그러울 정도의 비인간성, 이 모든 것이 결합된 비상식적 인격체의 모습 그대로였다.

영화 속 장광의 모습은 공포 장르의 오싹함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도가니’가 개봉한 뒤 온라인에는 그를 욕하는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쏟아졌다. 장광 역시 뜻하지 않은 봉변까지 당할 정도였다며 ‘고충 아닌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 ‘광해’ 이병헌, 그리고 또 이병헌

1000만 화제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성공은 단연코 이병헌의 열연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실존했던 왕 ‘광해군’과 천민 출신 광대 ‘하선’ 1인 2역을 연기했다.

사실 영화가 제작되고 이병헌의 캐스팅 소식에 충무로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집중된 바 있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사극에 출연한 적 없는 이병헌의 필모그래피, 각진 마스크와 사극 발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보이스톤, 그리고 무엇보다 ‘이병헌’과 ‘사극’ 두 단어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냥 어울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보란 듯이 이런 선입견을 깼다. 카리스마를 가진 절대군주 광해군과 죽음의 두려움에 떠는 약자의 모습을 한 하선 두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완벽하게 상반된 두 인물이 이병헌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깊이 있는 표정으로 관객들을 설득시켰다.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에서 선보인 이병헌의 연기력은 다시 한 번 ‘명불허전’이었다. 더욱이 의외의 코미디적 감각을 소유한 그의 연기 패턴이 묘한 쾌감까지 선사했다. 이 지점이 1인 2역이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위험 요소인 ‘같은 인물’이란 착각을 지워버리는 요소도 됐다. 근엄한 ‘광해군’과 우스꽝스러운 하선의 모습은 누가봐도 다른 인물 다른 사람이었다.

◆ ‘이웃사람’, 아역 김새론의 1인 2역 존재감

불과 9세의 나이로 영화 ‘여행자’를 통해 데뷔한 김새론은 충무로의 원조 ‘천재 소녀’였다. 10세 때 원빈과 함께 출연한 ‘아저씨’는 아직도 김새론의 존재감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꽤 흥미로운 작품은 따로 있다.

2012년 김새론은 동명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웃사람’에 출연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한 김새론은 가냘프면서도 소심한 모습이다. 온 몸이 비를 맞아 흠뻑 젖어 있다. 표정도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다. 하지만 이내 다음 장면에선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것 같은 깨끗한 기운이 감돈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서 죽은 영혼인 ‘여선’과 또 그를 닮은 여학생 ‘수연’ 1인 2역을 연기했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외모이지만 극단을 넘나드는 감정 연기는 폭발을 넘어선 존재감을 이끌어 냈다. 그와 함께 연기한 베테랑 김윤진 조차 “너무도 뛰어난 집중력에 질투가 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두른 일화는 유명하다.

극중 여선과 수연의 완벽하게 대비되는 감정의 선은 김새론의 출중한 연기력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 ‘암살’, 전지현과 또 전지현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이 개봉된 뒤 제작진과 홍보 관계자들에겐 한 가지 특명이 떨어졌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초강력 스포일러 유출을 막아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영화 흥행의 시작점이자 스토리 전체 비밀이며 반전의 코드로 작용할 1인 2역이 숨어 있었다. 바로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과 친일파 고위관료의 딸을 모두 연기한 전지현 자체가 스포일러였던 셈이다.

그의 1인 2역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극중 1인 2역의 디테일을 위해 전지현은 미세한 차이를 통해 안옥윤과 친일파의 딸 역할의 차이점을 뒀다. 우선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던 긴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대사를 내뱉을 때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시간차를 계산했다. 장면 속 몸짓에서도 절제와 과장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암살’의 연출자인 최동훈 감독은 “전지현의 연기는 흠집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 “1인 2역의 미세함을 나 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지점까지 포착해 냈다”고 극찬했다.

◆ ‘사냥’ 조진웅, 개입하는 자 vs 관망하는 자

배우 조진웅의 존재감은 이제 충무로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수많은 영화의 조연으로 등장해 온 그는 영화 ‘끝까지 간다’의 소름끼치는 악역과 드라마 ‘시그널’의 정의감 넘치는 형사, 단 두 캐릭터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존재감이 됐다.

그런 그가 데뷔 후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영화 ‘사냥’에서 그는 쌍둥이 형제로 등장한다. 하지만 누가봐도 다른 인물이다. 같은 모습이지만 완벽하게 다른 인물이 ‘사냥’에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속에서 조진웅은 엽사들의 우두머리 동근과 그의 쌍둥이 동생인 형사 명근을 연기한다. 동근은 산에 올라가 작업을 하면서 쫓는 자다. 행동하는 사람으로서의 지점이 있는 인물이다. 반면 명근은 산 밖에서 관망하고 직접적으로 사건에는 개입하지 지점에 서 있다. 조진웅은 그 지점을 파악하고 두 인물의 대비를 줬다.

23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머리를 내리고 올리는 등 분장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았다”며 “명확하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관점인 것 같다.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과 그것을 조망하는 사람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며 자신이 생각한 1인 2역 ‘동근’과 ‘명근’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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