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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유출 등 쏙 빠진 대국민담화, "특정개인의 위법행위" 수사 한계선 설정

[스타에이지=김현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담화는 분량이 좀 길어진 점과 대통령 본인도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점을 빼면 지난달 25일 1차 담화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담화 내용 중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까지 저지렀다'고 한 부분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대통령 연설문 등기밀문건의 사전 열독과 인사개입 등 최씨 일가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연설문 사전 유출 등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정개인의 이권' 운운한 부분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고 했다.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미르, K스포츠재단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된 것이고, 여기에 거액을 출연한 재벌기업들도 어디까지 국가를 위해 '선의'로 돈을 냈을 뿐이다. 
재단을 기획하고 돈을 거둔 쪽이나 돈을 낸 쪽이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의미다.

검찰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미르재단 등에 낸 돈이 '뇌물'로 규정되어서는 안된다는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800억원에 가까운 재단 출연금이 법적으로 뇌물로 규정되지 않으면 돈을 받은 쪽이나 돈을 갖다 바친 기업들에게 적용할 처벌 규정이 마땅찮다. 

검찰은 일단 최순실씨을 안종범 전 수석의 직권남용에 가담한 공범으로 구속했다. 만약 검찰이 미르재단 등에 낸 돈의 성격을 뇌물로 규정하지 않고 최순실씨 등을 직권남용과 사기죄 등으만 기소한다면, 이 사건은 법적으로는 안종범과 최순실의 개인적 일탈 문제로 종결지어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국가경제와 국민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재단 설립을 추인한 박 대통령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죄가 없게 된다.

박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본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한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말하는 것을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책임소재와 관련해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못박음으로써 사실상 이번 사태는 최순실씨와 그 주변인물들의 일탈로 빚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나타냈다.박 대통령 본인은 이런 이권 챙기기와 위법행위를 사전 사후에 전혀 몰랐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그는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을 '특정개인의 비리 문제'로 규정해놓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검찰 수사에 응할 지는 미지수가 아닐 수 없다. 수사에도 응하겠다는 말 자체의 순수성 마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연설문 등 기밀문서 유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될 수 있다.

1차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이 부분과 관련해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겨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 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두었다"고 했다.

'최순실씨에게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일부자료들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한 부분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대통령기록물 유출죄와 관련해 대통령 본인에게 법적 책임을 있음을 일부 나마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차 담화에서는 연설문 등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1차 담화 때보다 대통령 본인의 법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2차 담화가 되레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르, 케이스포츠재단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가 거의 없을 수 있다. 설사 박 대통령이 강제모금을 지시했거나 퇴임 이후를 대비해 재단을 이용할 의사가 있었다고 해도 이를 검찰이 밝혀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설문 등 유출건은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지시나 허락없이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상 대통령기록물 유출죄의 주체에는 현직 대통령도 포함된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기록물 유출죄에 대한 주범은 박 대통령 본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이를 유출한 청와대 측근과 문건을 받아본 최순실씨는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담화에서 연설문 등 유출건을 뺀 것은 이런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검찰측에 일종의 암묵적 가이드라인, 저지선을 설정해 준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skang71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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